음역과 테시투라: 악기가 낼 수 있는 음, 그리고 악기가 머무는 자리
악기의 음역은 가장 낮은 음부터 가장 높은 음까지, 그 악기가 낼 수 있는 모든 음을 말합니다. 반면 테시투라는 그 음역 안에서 악기가 편안하게 자리 잡고 가장 그 악기답게 울리는 구간을 뜻합니다.
이 둘은 같은 것이 아니며, 그 차이가 이 수업의 전부입니다. 어떤 음을 낼 수 있다는 것과 그 음이 좋게 들린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니까요.
실제 숫자로 본 음역
이 사이트에서 다루는 악기들이 실제로 어디까지 닿는지, 가장 낮은 개방현부터 연습 문제가 사용하는 가장 높은 포지션까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.
| 악기 | 최저음 | 최고음 | 폭 |
|---|---|---|---|
| 베이스 | 미1 | 라♯3 | 약 2옥타브 반 |
| 기타 | 미2 | 솔5 | 약 3⅓옥타브 |
| 바이올린 | 솔3 | 미6 | 약 2¾옥타브 |
여기서 눈여겨볼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.
세 악기의 폭이 비슷하고, 피아노보다는 훨씬 좁습니다. 현악기의 음역은 가장 낮은 현이 무엇이냐, 그리고 넥을 얼마나 위쪽까지 짚을 수 있느냐로 정해지는데, 그 계산이 세 악기를 모두 3옥타브 안팎이라는 비슷한 자리에 놓습니다.
그리고 서로 겹칩니다. 기타의 낮은 미는 베이스의 낮은 미보다 정확히 한 옥타브 위이고, 바이올린의 낮은 솔은 기타 음역 위가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습니다. 합주가 성립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. 악기들은 위아래로 가지런히 쌓여 있는 게 아니라 영역을 나눠 쓰며, 음높이가 아니라 음색으로 구별됩니다.
이 사이트에 그려지는 건반은 도4부터 시5까지 두 옥타브만 보여줍니다. 문제 옆 화면에 들어가는 크기가 그 정도이기 때문입니다. 실제 피아노는 위 표의 모든 행을 양쪽으로 한참 넘어서는데, 애초에 피아노에 두 번째 음자리표가 필요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.
테시투라가 더 쓸모 있는 말인 이유
어떤 악기든 음역의 가장자리에는 “낼 수는 있지만 내기 싫어하는” 음들이 있습니다. 기타 넥의 맨 위쪽은 좁고 소리가 작으며 음정을 유지하기도 어렵습니다. 바이올린 솔현의 맨 아래쪽은 굵고 발음이 느립니다. 불가능한 건 없지만 모든 게 더 힘들고, 그 힘겨움이 소리에 그대로 드러납니다.
테시투라는 “이 악기는 어디에 사는가”에 대한 답이고, 음역보다 좁은 창입니다. 그 안에 쓰인 음악은 쉽게 들립니다. 실제로 쉽기 때문입니다. 가장자리에 쓰인 음악도 정확히 옳을 수 있습니다. 힘겨워 보이는 악구가 바로 그 힘겨움을 노린 경우도 있으니까요. 다만 그것은 대가가 따르는 선택이고, 그 대가는 연주하는 사람이 치릅니다.
목소리에서는 이 사실이 더 날카롭게 드러납니다. 한 성악가의 음역은 두 옥타브에 이를 수 있지만, 3분 동안 지치지 않고 노래할 수 있는 부분은 훨씬 좁습니다. 그리고 합창 지휘자가 실제로 배역을 정할 때 보는 것은 바로 그 좁은 부분입니다.
음자리표 두 개가 이름을 얻은 곳
여기서 이미 읽어본 적 있을 이야기와 연결됩니다.
소프라노, 알토, 테너, 베이스는 성부의 분류이고, 이들을 가르는 기준은 테시투라입니다. 각자가 낼 수 있는 최고음이 아니라, 각자가 어디에 자리 잡는가가 기준이죠. 이 네 단어가 먼저 있었고, 악기들이 그것을 빌려 갔습니다. 알토 색소폰, 테너 트롬본, 베이스 기타처럼요.
음자리표도 그 이름을 빌렸습니다. 알토 음자리표는 알토의 테시투라를 오선 한가운데에 놓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고, 테너 음자리표는 테너에게 같은 일을 해 주기 때문에 그렇게 불립니다. 비올라가 알토 음자리표를 읽는 이유도 정확히 이것입니다. 비올라의 편안한 중음역이 그 음자리표의 기준음이 놓인 자리와 맞아떨어지거든요.
결국 음자리표란 악기의 테시투라를 다섯 줄 안에 집어넣기 위한 도구입니다. 읽기 모듈이 “음자리표가 하나로는 부족하다”고 말했던 논리와 같은 이야기를, 반대편에서 도착해 하는 셈이죠.
흔히 하는 실수
- 테시투라가 아니라 음역에 맞춰 쓰기. 그 음은 분명 존재합니다. 그렇다고 그 악구가 잘 작동한다는 뜻은 아닙니다.
- 낮은 악기는 높은 음을 못 낸다고 넘겨짚기. 베이스는 라♯3까지 닿는데, 이는 기타의 개방 솔현보다 높은 음입니다. 음역은 이름이 주는 인상보다 훨씬 많이 겹칩니다.
- 음역표를 보증서로 읽기. 표 양 끝의 음들은 보통 좋은 악기를 쓰는 숙련된 연주자가 닿을 수 있는 음이지, 아무나 아무 악기로 낼 수 있는 음이 아닙니다.
여기서 가져갈 것
이곳의 페이지 상단에서 악기를 고르면 연습 문제는 그 악기가 낼 수 있는 범위에 맞춰 조정됩니다. 베이스에서의 음 찾기 라운드는 바이올린에서의 같은 라운드와 다른 영역을 다룹니다. 장식이 아니라, 이 수업의 내용을 기계적으로 구현해 둔 것입니다.
내 악기가 어디까지 닿는지만이 아니라, 어디에 사는지를 익히세요. 즐거움을 위해 연주하게 될 것들은 전부 그 창 안에 있을 테니까요.